사할린동포 82명이 18일 고국으로 돌아왔다.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으로 사할린에 남겨진 지 80년 만의 영주귀국이다.
이들은 일제하 국권을 상실한 가운데 사할린으로 끌려가 석탄 채굴과 목재 채취 등 가혹한 노동에 내몰렸다. 일본 패망 이후 일본인들은 귀환선을 타고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광복을 맞은 사할린동포들을 위한 귀환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던 시간은 80년을 넘어섰다.
이번 귀환 과정도 쉽지 않았다. 사할린을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3일간 이동한 끝에 강원 동해항에 도착했다. 오랜 이동에도 불구하고 귀환 현장에는 가족 상봉의 장면이 이어졌다. 이날 85세 어머니와 함께 입국한 한 가족은 한국에 먼저 정착해 있던 외손자와 재회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할린동포들은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정체성을 지켜왔다. 사할린에서 김장을 하고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끓이며 한국인의 삶을 이어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80여 년의 세월 동안 국적과 뿌리를 잃지 않은 삶이었다.
새로운 정착을 앞두고 기대와 함께 걱정도 교차한다. 재외동포청은 사할린동포들이 안정적으로 고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고, 영주귀국으로 인한 가족 이산을 줄이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개정이 추진 중인 ‘사할린동포법’은 동포 1세가 사망한 경우에도 그 자녀들이 고국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외동포청은 이를 통해 사할린동포와 그 가족의 귀환과 정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사할린동포들의 귀환을 환영하며, 한국에서의 건강하고 평안한 삶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