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란이 미 해군 항공모함을 겨냥한 무인기 접근과 해상 위협을 잇달아 감행하면서 미국과의 긴장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고위급 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연쇄 도발이라는 점에서 오판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3일 아라비아해에서 미 항공모함에 접근하던 이란 무인기 1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해당 무인기는 이란산 샤헤드-139로 확인됐으며, 항모를 향해 비행하던 중 미군 F-35 전투기에 의해 요격됐다. 당시 항모는 이란 남부 해안에서 약 800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을 항해 중이었다. 미군 측 피해는 없었다.
같은 날 호르무즈해협에서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소속 선박 2척과 모하제르 무인기 1대가 미국 국적 유조선에 고속 접근해 나포를 시도하는 위협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당국자는 이 일련의 행위를 매우 공격적 행동으로 평가했다.
군사적 긴장과 동시에 외교 일정에도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이란이 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예정된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경고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회담은 지난해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기습 타격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양국 간 고위급 접촉으로, 장소와 의제에 대한 사전 조율이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란 측은 회담을 앞두고 장소 변경과 함께 의제를 핵 문제로 한정하자는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협상 국면 진입과 동시에 이란 내부 강경파의 반발이 표면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은 이란 체제의 특성상 외부 압박 국면에서는 결속하지만, 화해 국면에 접어들면 내부 갈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이란 안보 전문가 사이드 골카르는 강경파가 미국의 군사적 대응 의지를 시험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정부는 일단 대화의 불씨는 살아 있다고 보고 있다. 백악관은 현재로서는 특사 간 회담 일정이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과 협상이 진행 중임을 언급하며, 이란이 과거와 같은 군사적 타격의 재현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미국은 핵 협상 재개를 압박하며 항모 전단 등 대규모 전력을 중동에 전개한 상태다. 해양 위험관리 업계는 군사 활동 증가와 긴장 고조가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대이란 외교에 회의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미국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의 약속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 협상을 둘러싼 미·이란 간 접촉이 중동 전반의 안보 불안을 해소할지, 또 다른 충돌의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