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개성공단 내 우리 정부 자산 무단 사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소송 추진을 검토했던 입장에서 1년 만에 기조를 바꾼 것으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내세운 대화 중심의 대북정책 기조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통일부는 북한의 개성공단 내 국유재산 무단 사용과 관련해 “법적 대응보다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바람직하다”며 “소송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4년에는 통일부가 개성공단 내 자산 피해액을 산정하고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했었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2020년 6월)에 따른 447억 원 규모의 손배소를 제기하며 처음으로 북한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변론이 진행 중이다.
통일부는 그러나 이번 개성공단 사안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보다 현실적 협상 방식을 택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은 실효성이 낮고, 승소하더라도 배상 집행이 불가능하다”며 “남북 간 대화 복원과 신뢰 구축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외교당국이 추산한 개성공단 내 우리 정부 자산 피해액은 약 2천억~3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은 2016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전면 중단된 이후, 북한이 일부 시설을 무단으로 사용해왔다. 최근에는 북한이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철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정동영 장관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밝힌 ‘평화적 두 국가론’과 개성공단 재가동 의지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정 장관은 “남북이 실질적 평화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재설립해 재가동을 위한 준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는 통일부의 이번 결정이 남북 대화 복원과 경색된 관계 완화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현실적 피해 보상 문제를 외면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적 책임 추궁을 포기한 채 대화만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이번 결정은 법적 절차를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남북 간 실질적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