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개최한 대집단체조 및 예술공연 ‘조선노동당 만세’가 K팝 등 외부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은 듯한 연출로 관심을 끌고 있다.
조선중앙TV가 12일 방영한 공연 영상에는 정홍란으로 추정되는 여성 가수가 칼단발에 ‘바가지머리’ 스타일을 하고 백댄서들과 함께 칼군무를 선보이는 장면이 등장했다. 무대 위 가수는 전통적인 한복 대신 새하얀 바지 정장 차림으로 노래를 불렀고, 백댄서들은 짧은 스커트와 높은 하이힐을 신은 채 리듬감 넘치는 안무를 펼쳤다. 마치 한국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또한 무대에는 어깨가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은 연주자가 등장해 바이올린을 켜며 박자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도 담겼다. 장엄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전통 북한 음악 대신 빠른 비트의 리듬과 화려한 조명이 결합된 무대 구성은 과거 북한 공연에서 보기 어려운 새로운 시도였다.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한류 확산을 단속하고 외부 문화를 강하게 통제해왔지만, 이번 공연은 외부 대중문화의 일부 요소를 차용해 체제 선전 효과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날 공연에서는 대집단체조 특유의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어린 학생들이 리듬체조 수준의 고난도 텀블링을 선보였고, 씨름과 말타기 등 민속적 장면이 포함돼 다채로운 볼거리를 연출했다.
북한 당국은 대집단체조를 ‘혁명의 예술’로 규정하고 선전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참가자들은 수개월간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하루 6시간 이상 식사와 배뇨를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져 서방 세계에서는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공연은 외부 문화를 철저히 배격하던 북한이 선전 방식에 한층 세련된 외피를 씌우며 변화된 대중 이미지 구축을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