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 우지시에 자리한 우토로 마을이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제강점기 군 비행장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정착해 형성된 이 마을은, 오랜 세월 철거와 차별, 혐오의 상처를 견뎌온 재일조선인의 상징이다. 이제 그 공간이 예술을 통해 새로운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10월 10일 개막하는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 2025’는 아픔의 역사를 넘어 연대와 희망의 무대로 거듭나려는 시도다. 예술감독은 유재현 독일 Art5 예술협회 공동대표로, 성균관대와 베를린 국립예술대학을 졸업하고 2001년부터 베를린·서울·뮌헨을 오가며 전시를 기획해온 인물이다. 그는 2024년 5·18 전야제 예술감독을 맡았고, 올해 정의기억연대 강덕경상을 수상했다.
유 감독은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를 “아픔의 공간을 공생의 예술로 재구성하는 일”이라 요약했다. 그는 “2021년 우익 청년에 의해 불탄 우토로의 현실을 기억하면서도, 그 상처를 치유의 언어로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이주’를 주제로 한 세계 12개 팀의 현대미술 전시(10월 10일~11월 10일)를 중심으로, 극단 달오름의 마당극 ‘우토로’, 한·일·재일동포 예술가와 조선학교 학생 100여 명이 함께하는 대공연 ‘결–이어지는 마음’(10월 11일), 그리고 국제학술심포지엄 ‘우토로에서 본 세계’(11월 2일)로 구성됐다.
전시에는 전쟁이 빼앗은 일상의 기억을 설치미술로 표현한 기슬기, 오키나와의 저항사를 염색예술로 풀어낸 테루야 유켄, 분단과 몸의 기억을 퍼포먼스로 엮은 임지애·조혜미 등의 작품이 포함됐다. 또 홍성담 작가를 중심으로 한 ‘생명평화미술행동’의 걸개그림 연작 〈피어라! 민들레〉도 교토 도시샤대와 우토로평화기념관에 설치된다.
유 감독은 “이 페스티벌은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미래의 공존을 상상하는 예술운동”이라며, “이주와 차별, 평화를 사유하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는 우토로 아트페스티벌 2025 실행위원회가 주최하고 우토로평화기념관, 교토코리아학컨소시엄, 도시샤코리아연구센터가 공동주최한다. 협력기관으로는 괴테인스티투트 빌라카모가와, 광주문화재단, 하인리히 뵐재단 동아시아사무소,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이 참여한다.
우토로의 불빛은 여전히 작지만, 그 빛은 이제 예술의 언어로 세상과 이어지고 있다. “기억을 넘어, 연대로” — 이번 축제의 메시지처럼, 우토로는 여전히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