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이재명 한국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모두 ‘억지력과 현실주의’를 공유하지만, 접근 방식과 정책 도구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두 지도자의 입장은 자국 내 정치 환경과 국제 정세의 제약 속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실용적 보수’와 ‘대화 중심 진보’의 대비로 요약된다.
이시바의 대북정책은 자민당의 전통적 노선 위에 서 있다. 그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북한과의 외교 채널 복원을 검토하면서도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지력 강화’라는 원칙을 고수한다. 이시바는 총리 취임 후 한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공조 강화와 제재 이행”을 재확인하며 유엔 결의에 따른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본 내 보수 여론과 북일 간 실질적 접촉 부재는 대화의 모멘텀을 제약하고 있다. 기존 기시다 내각과의 정책 연속성 속에서 ‘전환’보다는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다.
반면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은 ‘소통 복원’과 ‘실용 외교’를 축으로 한다. 취임 직후부터 남북 군 통신선 복원, 9·19 군사합의 이행,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가동 등 신뢰 회복 조치를 제시했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세종연구소와 통일연구원의 정책 제언에 따르면, 이 정부는 한미동맹 기반의 억지력을 유지하면서도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과 북미·남북 대화 병행을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선호한다. 다만 북한의 냉담한 태도와 미·중 경쟁 속 외교 공간 축소가 정책의 현실적 한계로 꼽힌다.
이시바의 강점은 안보와 억지력 측면에서 명확한 입장을 유지해 국내 보수층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납북자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해 대화의 실질적 돌파구를 열지 못한 것은 약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대화와 긴장 완화의 메시지로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북한의 거부감과 국제 제재 구조 속에서 성과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남는다.
결국 양국의 대북정책은 ‘안보 관리’와 ‘관계 복원’이라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지만, 공통의 목표는 한반도 안정이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문제는 이 목표를 실현할 실질적 수단이 얼마나 현실적이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