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제시한 ‘평화적 두 국가론’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 원장은 19일 통일연구원과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학술회의 축사에서 “적대적이든 평화적이든 두 국가론은 결국 한민족의 영구 분단을 고착화하는 것”이라며 “이는 통일을 포기하는 반민족 행위”라고 규정했다.
김 원장은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남측에서 이에 대응해 ‘평화적 두 국가론’을 꺼내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의 적대성을 배격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대안은 평화적 두 국가론이 아니라 평화적이고 통일 지향적인 특수관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원장은 “분단은 우리의 자유를 제약하고 존엄을 훼손한다”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자연지리적 조건상 2개 이상의 국가 체제로는 항구적 평화가 보장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나라 사례를 들어 두 국가 체제가 곧바로 평화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동영 장관은 최근 잇따라 ‘평화적 두 국가론’을 언급하며 대북정책의 새로운 핵심 기조로 제시하고 있다. 정 장관은 국제한반도포럼 개회사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사실상의 평화적 두 국가론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발언했으며, 대정부질문에서도 남북을 ‘국제법상 사실상 두 국가’라고 규정했다.
정 장관의 입장은 현실적 공존을 전제로 한 평화 정착을 목표로 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분단 고착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번 논쟁은 남북관계 경색 속에서 ‘통일지향’과 ‘평화공존’이라는 두 노선이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정부 대북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논란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