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9월 19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은 행보가 ‘한반도 운전자론’의 재등장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운전자론은 한국이 단순한 중재자가 아니라 남북 관계와 북미 협상을 능동적으로 이끄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구상으로, 2018년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합의에서 일정 부분 현실화된 바 있다.
이번 방문은 9·19 합의 7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문 전 대통령은 도보다리를 포함한 상징적 공간을 둘러봤고, 유엔군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관도 동석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첫 JSA 방문이라는 점에서 행보 자체가 강한 메시지를 담는다. 분단의 상징 공간에서 한국이 여전히 평화 프로세스의 당사자임을 보여주려는 제스처로 읽힌다.
운전자론의 재평가 가능성은 세 가지 층위에서 거론된다. 첫째, 국제사회에 한국의 역할 의지를 다시 환기시킬 수 있다. 둘째, 국내적으로는 남북 관계 주도권 논의를 되살려 차기 정책 구상에 참고가 될 수 있다. 셋째, 북미 대화나 비핵화 논의와 연결될 경우 구체적 성과를 다시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 제약도 뚜렷하다. 북미 간 신뢰 회복 없이는 남북 간 제스처가 한계를 지니며, 현 정부가 운전자론을 계승하거나 정책화할 의지가 없다면 동력이 약하다. 국내 정치의 불안정성과 국제 제재 체제, 미·중 전략 경쟁도 변수다.
전문가들은 문 전 대통령의 방문을 “가능성이 완전히 소멸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행위”라고 평가한다. 다만 운전자론이 상징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외교 전략으로 부활하려면 현 정부의 정책 연속성, 국내적 합의, 국제사회와의 조율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