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재임 기간 내내 북한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의 대북 정책은 ‘대화보다는 압박’을 핵심 기조로 삼았으며, 이는 납치 문제와 반복된 군사 도발 대응 과정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2002년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끝에 일부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귀국을 성사시켰을 때, 아베는 이들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당시 이는 외교적 약속을 저버린 조치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일본 내 여론 결집에는 성공했다. 이후 그는 납치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과 외교 정책의 근간으로 삼으며 북한에 대한 불신을 고착화했다.
2017년 유엔총회를 전후해 아베 전 총리는 국제사회에 “북한과의 더 이상의 대화는 막다른 길”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화를 지연책으로 간주하고, 지금이야말로 최고 수준의 압박을 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에 대한 신뢰가 거의 존재하지 않음을 국제적으로 공표한 셈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아베의 불신을 더욱 강화시켰다. 2016년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규정했고, 같은 해 북한의 다섯 번째 핵실험에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위협”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2017년 일본 상공을 통과한 탄도미사일 사건 당시에는 “전례 없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일본의 대비 강화를 촉구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하며 한미일 안보 공조를 굳혔다. 두 정상은 공동으로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전략을 천명하며 국제적 연대를 과시했다. 이는 아베의 대북 불신이 미국과의 동맹 외교와 결합된 대표 사례였다.
2019년 아베 전 총리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조건 없는 회담”을 제안하며 납치 문제 해결 의지를 다시금 드러냈다. 다만 이 역시 북한에 대한 신뢰라기보다는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최후 수단’으로 해석됐다.
아베 전 총리의 대북 불신은 단순한 외교적 태도가 아니라 정치적 유산으로 남았다. 납치 문제에 매달린 강경 노선, 반복되는 군사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그리고 한미일 공조 속 ‘압박 외교’는 일본 사회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아베의 불신은 일본 내 대북 여론을 경직시키는 데 기여했으며, 후임 정권들에도 일정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