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일본의 대북 수교 정책에 결정적이고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 위협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은 단순한 외교 현안 차원을 넘어 안보정책과 국내 정치의 근본적 재편으로 이어졌다.
첫째,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일본의 안보정책 전환을 촉진했다. 아베 신조 정권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며 2015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했고, 2022년에는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 보유를 명문화했다. 일본 정부가 2027년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에서 2%로 확대하기로 한 결정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주된 이유로 제시했다. 또한,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일본은 독자적 제재를 강화하며 미사일 관련 기술 수출을 전면 차단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둘째,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일본의 수교 전제조건을 복잡한 이중구조로 만들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납치 문제, 핵, 미사일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수교 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실제 정책 집행 단계에서는 미사일 위협 해소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2024년 기시다 후미오 정권은 납치 문제를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며 유연성을 보였으나,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실질적인 협상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4년 스톡홀름 합의 당시에도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유예를 전제로 일부 제재 완화를 약속했지만 북한의 약속 위반에 즉각 대응, 제재를 재개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셋째, 북한의 위협은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명분으로 활용됐다. 일본은 2023년 미국의 아이젠하워 항공모함과 함께 합동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하고, SM-3 Block IIA 요격미사일 배치를 가속화하는 등 군사협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특히 2022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일본은 미국과 즉시 공동 성명을 내고 한미일 3국 협력체제를 견고히 하는 계기로 활용했다.
넷째, 북한의 미사일 문제는 일본의 대북 경제협력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 2002년 평양선언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경제지원 패키지를 제시했으나, 북한이 2013년 이후 본격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자 지원 원칙을 더욱 엄격하게 설정했다. 2018년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아베 총리는 미사일 위협 해소가 우선되지 않는 한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단언하며 경제지원을 통한 유인 정책을 사실상 철회했다.
다섯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일본 국내 정치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보수 우익 세력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하며 평화헌법 9조 개정 논의를 촉진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20년 “미사일 요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언급하며 헌법 개정의 당위성을 강조했고, 이는 정권 지지 기반을 결집시키는 정치적 전략으로 작용했다.
결국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일본이 추진하는 대북 수교 정책의 전략적 틀을 규정하며 안보 리스크 관리와 국내 정치적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동북아시아의 안보 환경 속에서 일본이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명확한 전략적 의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