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끈 제2기 아베 정권(2012년 12월~2020년 9월)은 일본 헌정 사상 최장수 내각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일본 정치와 행정, 경제, 외교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초래한 시기로 평가된다. 장기 집권의 배경에는 정교하게 구축된 정치 권력 구조와 유리한 선거 환경, 경제 회복 전략, 외교 주도권 확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관저주도 체제와 야당 부재 속 정치 안정
아베 정권은 총리관저를 중심으로 한 권력 집중을 통해 ‘관저주도 체제’를 확립했다. 인사권을 장악해 관료들을 통제하고, 자민당 내 총재 권한을 극대화했으며, 당내 사전심사제와 파벌 조정 등을 통해 내부 분열을 차단했다. 이는 총리와 자민당의 유기적 관계를 안정시키고, 정책 결정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야당의 역량 부재와 연이은 선거 패배 또한 아베 정권의 장기 집권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유권자들은 정권 교체 가능성이 낮은 야권보다는 정치적 안정과 실용을 선호했고, 아베 내각은 중의원·참의원 등 총 9차례의 전국 선거에서 연승을 기록했다.
경제 회복과 외교 주도권 확보
경제 측면에서 아베 정권은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과감한 금융 완화와 재정 투입, 성장 전략을 추진했다. 경기부양 효과로 주가와 고용이 회복되고, 기업 실적과 수출도 개선되며 일본 경제는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신호를 보였다.
외교에서는 미·일 동맹 강화를 축으로 한 전략적 접근이 돋보였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안보법제 정비 등 적극적 위기관리와 함께, 중국과의 해양 갈등 및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에서도 강경한 외교를 구사했다. 일·러 관계에선 북방영토 문제 해결을 모색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기점으로 기대만큼의 진전은 없었다.
정치 리더십 집중과 당내 장악력
정치적 리더십 면에서 아베는 자민당 총재로서 권한을 확대하고, 파벌 수장의 역할을 최소화해 총재 중심의 정책 운용 체제를 고착시켰다. 총재 선출 규칙 개정으로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한 점도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자민당은 단일대오를 유지하며 아베 중심의 정권 운영에 동조하는 양상을 보였다.
퇴진 배경과 한계
한편, 장기 집권에 따른 정치 피로감과 각종 스캔들, 정책 실패는 지지율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모리토모·가케 학원 의혹, ‘벚꽃을 보는 모임’ 사유화 논란, 실효성 논란이 컸던 ‘아베노마스크’, ‘고우 투 트래블’ 정책 등은 내각에 타격을 입혔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도 국민 여론 악화에 불을 지폈다.
2020년 아베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악화를 이유로 사임했으나, 정치적 구심력 약화와 레임덕 조짐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었다.
아베 2기 정권은 강력한 정치 리더십, 정책 추진력, 권력 집중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한편, 과도한 권력 집중과 민주주의 견제 장치 약화라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는 복합적 유산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