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두 차례 집권한 2006년부터 2020년까지의 기간은 일본 정치와 사회에 역사적 전환점을 마련한 시기였다. 이 기간 동안 일본은 전후 보수정치의 핵심이었던 ‘요시다 노선’과 결별하고 강경 보수 노선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2006년 처음 총리로 취임한 아베는 ‘아름다운 나라 일본’을 내걸고 보통국가론과 헌법 개정을 제기했으나, 정치적 미숙함과 건강 문제로 1년 만에 퇴진했다. 하지만 민주당 정권(2009~2012년)이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경제 위기로 무능을 드러내자, 일본 국민은 강력한 지도력을 원했고, 아베는 2012년 12월 다시 집권에 성공하며 두 번째 총리직을 시작했다.
재집권한 아베는 ‘아베노믹스’라는 경제정책을 내세워 경기 부양과 국가 주도의 경제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단순한 경제 부양책을 넘어 국가 중심의 정치사회적 교화를 목적으로 국민들에게 강한 국가주의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베 집권기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안보 정책의 급격한 전환이다. 2013년 ‘아베 독트린’ 발표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창설하고,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하는 등 전후 일본의 전통적 평화주의 원칙에서 벗어났다. 특히 2014년 헌법 해석을 변경하여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고, 2015년 이를 입법화하는 안보법제를 통과시키며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 논란을 불러왔다.
또한 아베 정부는 역사 인식에 대한 보수적 교화 전략을 강화했다. 2013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 교과서 개정 추진, 위안부 문제에 대한 강경 대응 등으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역사 갈등을 심화시켰다. 특히, 역사 교육과 언론을 통해 청년층 사이에서 민족주의적 역사관이 강화되며 일본 사회의 보수화가 뚜렷해졌다.
외교정책에서도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하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FOIP)’을 통해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 했다. 이 과정에서 미일동맹의 강화와 함께 한국과의 관계는 악화되는 등 국제사회에서도 역사 갈등과 민족주의적 긴장이 높아졌다.
아베의 두 번째 집권 기간은 결국 건강 문제로 2020년 9월 끝났지만, 이 기간의 보수화는 일본 정치·사회 구조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이후 등장한 스가와 기시다, 이시바 내각에서도 아베가 구축한 정책 기조는 유지되고 있어, 아베 시대 보수화의 영향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앞으로 일본 정치가 이 보수적 변화를 계속 유지할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지는 지속적인 관심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