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도심 한복판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과 일본 시민들이 일본 기업을 향해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외침을 쏟아냈다.
11일,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남 이창환 씨와 일본 시민단체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은 도쿄 중의원 제1의원회관과 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강제노동 피해에 대한 일본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강력히 제기하며 실질적인 배상과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창환 씨는 집회에서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일본 정부와 일본제철의 사죄를 원했고 끝내 그 뜻을 굽히지 않으셨다”며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이 한일관계에 남긴 상흔을 회복하기 위해 일본은 진정으로 반성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정창희 할아버지의 자녀들도 메시지를 통해 “부친은 미쓰비시중공업 히로시마 조선소에 강제로 끌려갔고, 소송은 그 삶의 전부였다”며 “이는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니라 죽어간 동료들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아버지의 유지를 따라 끝까지 사죄를 받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야노 히데키 공동행동 사무국장은 “강제노동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며 “피고 기업들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지 않는 한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는 일본 정치권 인사도 동참했다. 사회민주당 오쓰바키 유코 참의원은 “강제노동을 강요한 일본 기업과 정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원고 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오쓰바키 의원은 야마구치현 조세이 탄광에 묻힌 조선인·일본인 유해 발굴조사에 대해 일본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정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항의단은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본사를 직접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으나, 기업 측은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두 회사가 공식 대응을 회피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집회는 일본 내에서도 과거사 청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유족과 시민단체는 “역사를 외면한 침묵은 또 다른 폭력”이라며 일본 사회의 각성과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