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3월 초 러시아군의 공세에 속절없이 무너진 배경에는 미국의 감시정찰 정보 제공 중단이 결정적이었다. 2월 2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우크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충돌하면서, 트럼프는 군사지원과 함께 정보제공까지 끊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직후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 전선에서 병력 집결 상황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 대응에 실패했고, 3일 만에 전선이 붕괴됐다.
미국은 전쟁 초기부터 지구 전역을 커버하는 위성과 감청 시스템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실시간으로 지원했다. KH-11 위성과 RC-135 정찰기, 조기경보자산을 활용해 러시아군의 동태를 전달했고, 이는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성공에 ‘맵핵’ 수준의 우위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보자산이 단절되자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공세에 무방비로 노출됐고, 고급 서방제 장비를 버리고 퇴각하거나 항복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이 사태는 동맹국들도 미국의 전략자산에 대한 절대적 의존의 위험성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유럽연합(EU) 27개국은 3월 9일 800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예산은 정보 자산을 대체할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위성, 정찰기, 조기경보기 등 미국이 반세기 넘게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구축한 감시정찰 네트워크는 유럽조차 단기간 내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 역시 안이한 태도를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국군은 연합자산, 즉 주한미군이나 전시 증원 미군의 정보자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1996년 강릉무장공비 사건 당시처럼 미국이 자국 판단에 따라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례처럼 동맹이라도 전략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지원을 중단할 수 있는 만큼, 한국도 독자적인 정보수집 역량 강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