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탈북민’ 대신 ‘북향민’ 명칭 사용을 추진하면서 영문 표현을 ‘North Korean-born citizens(북한 출생 시민)’로 정하기로 했다. 정부가 기존 ‘defector(이탈자)’나 ‘refugee(난민)’ 대신 출생과 시민권 개념을 강조한 표현을 채택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와 거리를 두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통일부는 5일 북향민의 영문 표기를 ‘North Korean-born citizens’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국제사회에서 널리 쓰이던 ‘North Korean defectors’나 ‘North Korean refugees’ 대신 출생지와 시민권을 강조하는 표현을 택한 것이다.
통일부는 명칭 변경의 목적이 부정적 어감을 줄이고 사회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북’이라는 표현이 탈출이나 이탈의 이미지를 강조해 낙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제3국 체류 시 영사 조력 등 보호권 행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명칭 변화가 북한 인권 문제의 상징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사회가 탈북민을 북한 인권 실태를 증언하는 핵심 당사자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들을 단순히 한국 시민으로 규정하면 북한 인권 문제 제기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 인권 분야 전문가들은 탈북민이 겪은 인권 침해 경험 자체가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상황을 알리는 중요한 근거가 되어 왔다며, 용어 변화가 이러한 맥락을 흐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명칭 변경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박주화 교수는 그동안 탈북민이 북한 체제 비판의 상징이나 정치적 도구로 소비된 측면이 있었다며, 명칭 변화는 이들을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정착을 지원하려는 포용적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북향민’ 명칭은 향후 정책 문서와 대외 표현 등에 단계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권 프레임 약화 논란과 사회통합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