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중부 이스파한 공군기지에 배치된 F-14 전투기가 파괴되면서 한때 세계 최강으로 불렸던 전투기의 역사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미국 영화 탑건의 상징으로 알려진 F-14가 왜 이란 공군에 존재했는지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이 전투기가 이란에 들어온 배경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란은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가 통치하고 있었다.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었고 막대한 석유 수입을 바탕으로 최신 무기를 대거 도입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이란에 F-4 팬텀, F-5 타이거 II와 함께 최신 함대방공 전투기 F-14 톰캣을 판매했다. 이란은 총 80대를 주문했고 혁명 직전까지 약 79대를 인도받았다. F-14를 미국 외 국가에 판매한 사례는 이란이 유일하다.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과 이란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그러나 이미 도입한 전투기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1980년 발발한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란 공군은 이 F-14를 핵심 전력으로 투입했다.
당시 F-14는 장거리 탐지와 요격 능력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가진 전투기였다. AN/AWG-9 레이더는 200㎞ 이상 거리의 표적을 탐지할 수 있었고 AIM-54 피닉스 미사일은 약 150㎞ 거리에서 적기를 공격할 수 있었다. 이는 당시 대부분 전투기의 공대공 미사일 사거리인 30~40㎞보다 훨씬 긴 수준이었다.
이란 공군은 이 전투기를 활용해 이라크 공군을 상대로 큰 성과를 올렸다. 여러 군사 분석에 따르면 이란 F-14는 전쟁 기간 동안 미그-21, 미그-23, 미그-25, 미라지 F1 등 이라크 전투기 약 160대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란의 F-14 운용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미국과 단절되면서 부품 공급이 완전히 끊겼기 때문이다. 이란은 밀수, 부품 재활용, 자체 복제 등을 통해 기체를 유지해야 했다.
미국 역시 이란의 F-14 운용을 막기 위해 퇴역 기체의 부품을 모두 폐기하거나 수출을 엄격히 통제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가동률은 급격히 떨어졌고 2020년대 들어서는 일부 기체만 제한적으로 운용되는 상황이 됐다.
이란은 러시아의 Su-35 전투기를 도입해 F-14를 대체하려 했지만 공급이 지연되면서 노후 기체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근 공습으로 이스파한과 테헤란 주변 공군기지가 타격을 받으면서 이란이 보유한 마지막 F-14 전력도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평가된다.
냉전 시대 항공모함 방어를 위해 개발된 최강 전투기였던 F-14는 미국 해군에서는 2006년 퇴역했지만, 이란에서는 40년 넘게 공군의 핵심 전력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 공습으로 중동 하늘에서 이어져 온 마지막 톰캣의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