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1월 19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1976년 사형이 집행된 고 강을성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사형 집행 이후 약 50년 만에 내려진 판단이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당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은 불법 구금 상태에서 확보된 것으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으며, 북한에서 발간된 논문을 읽었다는 사정만으로 반국가단체 찬양·동조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고 직후 재판부는 과거 사법 절차의 오류를 인정하며,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고 판단이 지나치게 늦었다는 점에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강을성에 대한 재심은 2022년 11월 유족의 청구로 시작됐고, 지난해 2월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지난해 10월 결심 공판에서 검찰도 절차적 진실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선고 직후 유족은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통일혁명당 사건은 1968년 중앙정보부가 북한 지령을 받은 간첩단 사건이라고 발표한 이후 ‘통일혁명당 재건위’ 활동 혐의로 다수 인사가 기소·처형된 대표적 정치사건이다. 강을성은 1974년 보안사령부에 체포돼 고문 끝에 사형을 선고받았고, 같은 혐의로 처형된 다른 인물들 역시 최근 재심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로 강을성은 사형 집행 반세기 만에 법적으로 무죄가 확정되며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