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 역사를 다룰 때 본국 중심의 시각에 머물 경우, 일본 사회 속에서 형성된 조선인들의 삶과 현실을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광열의 저서 일본거주 조선인의 차별 저항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재일조선인의 삶을 일본 사회 내부의 맥락 속에서 재구성한 연구서다.
이 책은 1920~30년대 일본에 거주하던 조선인들의 노동운동을 중심에 놓는다. 노동 현장에서의 차별과 배제, 열악한 생활 조건은 단순한 사회 문제를 넘어 집단적 저항과 사회운동으로 이어졌으며, 저자는 이를 일상생활의 연장선에서 분석한다. 사회운동을 이념이나 조직 중심으로 설명하기보다, 생존과 노동이라는 구체적 현실에서 발생한 대응으로 파악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일본거주 조선인의 노동운동을 실존했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추적하며, 재일조선인 사회운동이 일본 사회의 구조적 차별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전개됐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재일조선인 역사를 본국사나 민족사에 종속시키지 않고, 일본 사회 내부의 역사로서 조명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표지에는 집단 노동과 대중의 이미지를 전면에 배치해, 개인 영웅이나 지도자가 아닌 다수 노동자의 경험과 저항이 이 책의 핵심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일본거주 조선인의 차별 저항사는 재일조선인 연구에서 시각의 전환이 왜 필요한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저작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