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됐다가 귀국한 공병부대에 훈장을 수여하며 해외 전쟁 개입을 노골적으로 정당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군사적 관여 사실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전사자와 파병 병력을 체제 선전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조선노동당 기관지는 12일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제528공병연대 환영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해외 작전 지역에서의 희생이 “영원히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파병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위험한 지역에 병력을 보낸 기간 120일을 “십 년에 맞먹는 시간”이라고 표현하며 지도자의 고뇌를 부각하는 데도 집중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병부대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지난 5월 말 조직돼 8월 초 러시아로 출병했다. 북한은 이를 ‘쿠르스크 해방작전’ 지원이라고 표현하며 지뢰 제거와 기반시설 복구 등 공병 임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통신병과 군 의료 인력까지 포함됐다는 점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은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실질적으로 지원했음을 스스로 확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은 광범위한 위험 지대를 단기간에 안전지대로 만들었다는 성과를 과장하며 군사적 기여를 강조했지만, 이는 국제사회가 문제 삼아온 불법적 파병과 무기·인력 지원 논란을 더욱 키우는 대목이다.
김정은은 제528공병연대에 자유독립훈장 1급을, 전투 중 사망한 9명에게 공화국영웅칭호와 국기훈장, 전사의 영예훈장을 수여했다. 직접 연대기와 전사자 초상 앞에 훈장을 달아주는 장면도 공개됐다. 이어 열병행진, 기념촬영, 추모 행사, 환영연회까지 일련의 행사를 대대적으로 연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가 전쟁 개입에 따른 내부 동요를 차단하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강화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전쟁 피해와 인명 손실에 대한 책임 문제는 외면한 채, 희생을 ‘영웅 서사’로 포장하는 북한식 선전이 다시 한 번 반복됐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