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략 핵잠수함의 지중해 전진 배치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이란과 중국을 향한 군사·외교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과 이란 핵 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강경 발언에 나서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 해군 6함대는 최근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수함이 스페인 남부 인근 영국령 지브롤터 해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특히 통상 극비로 분류되는 핵잠수함의 위치를 사진과 함께 공개한 데 이어, 미 국방부 기관지 성조지는 해당 잠수함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트라이던트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운용하는 ‘알래스카호’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은 미국 핵전력 3축 가운데 하나인 전략자산으로 꼽힌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와 함께 미국의 핵 억지력을 구성하는 핵심 전력이다. 특히 장기간 수중 잠항이 가능하고 탐지가 극도로 어려워 실전 위협성이 가장 높은 전력으로 평가된다.
미국 군사전문 채널들은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한 척만으로도 수백 개 목표물을 핵 공격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잠수함이 탑재한 트라이던트Ⅱ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약 1만2천 킬로미터에 달한다. 지브롤터에서 이란까지의 거리가 약 5천 킬로미터 수준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직접적인 군사 압박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연일 이란을 향한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그는 이란 측 종전 제안을 “멍청한 제안”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휴전은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는 상태”라며 협상 결렬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많은 장군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며 “전쟁을 끝낼 단순한 계획이 있다”고 언급해 군사 행동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추진했던 대이란 강경 노선인 이른바 ‘해방 프로젝트’ 재가동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군사 압박과 함께 경제 제재도 강화했다. 미 재무부는 최근 이란산 원유의 대중국 수출을 지원한 개인과 기업들을 추가 제재 명단에 올렸다. 중국과 이란 간 에너지 거래를 차단해 양국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핵잠수함 공개는 단순한 군사 이동 이상의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이 이란에는 핵 억지력을 과시하고, 동시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중국에도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군사·경제 압박을 동시에 극대화하며 중동과 동아시아를 연계한 대중 견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