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두 국가론이 헌법과 정확히 합치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치권과 학계에서 위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 장관은 “남북 관계는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잠정적 특수관계 속의 두 국가론”이라며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정부는 두 국가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정 장관의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뒤 국내 일각에서 제기된 ‘평화적 두 국가론’ 논쟁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헌법 제3조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제4조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명시하고 있어 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규정하는 순간 헌법 제3조와 제4조에 모두 어긋난다”며 “통일을 사실상 포기하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의 윤후덕 의원도 “통일 노선 자체가 바뀌는 중대한 문제로, 국민 동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잠정적 특수관계’ 개념에 기반한 해석”이라며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통일부는 최근 ‘평화공존 기반 구축을 위한 남북기본협정 추진방안’ 정책연구용역에서 “북한의 두 국가 입장을 절충해 ‘평화공존 통일지향’의 남북관계 제도화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장관은 또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논란을 더했다.
전문가들은 통일부가 추진하는 ‘두 국가론 절충안’이 서독과 동독의 1972년 기본조약을 한반도에 적용하려는 시도로, 사실상 ‘영구분단론’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독일사 전문가 양창석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장관은 이달 말 열리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 향후 발언 파장이 더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