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10월 15일. 박정희 군사정권은 전국으로 번지는 대학생들의 학원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해 위수령을 발동했다. 이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에는 장갑차와 무장 병력이 투입됐다. 수천 명의 학생이 연행돼 중앙정보부, 보안사, 경찰서 등으로 끌려가 혹독한 고문과 구타를 당했다. 주동자 180여 명이 제적되고 논산훈련소로 강제 입영돼 전방 소총수로 배치됐다.
이후 복학한 학생들은 다시 유신헌법 반대 운동, 민청학련 사건, 명동 가톨릭학생사건 등으로 투옥됐다. 하지만 당시의 동지들은 이후 정계, 언론계, 시민운동, 기업 등 각계로 진출해 시대의 변화를 이끌었다. 조영래, 김근태, 최재현, 이태복 등은 세상을 떠났지만, 동지들의 정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어제 저녁 서울에서 열린 ‘우리의 시대정신은 통일이다’ 토론회는 54년 전 그날을 기억하는 이들의 모임이었다. 71동지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이해학 성남 주민교회 원로목사, 임진택 이애주문화재단 이사장, 이원섭 한겨레 논설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해학 목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장준하 선생을 가장 두려워한 이유는 ‘남과 북을 하나의 통으로 본다’는 신념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우리 세대의 시대정신은 분단의 적대 구조를 넘어 통일로 나아가는 데 있다”며 “북의 자원과 남의 기술이 융합하면 한반도는 세계평화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섭 논설위원은 “33년 전 평양 남북 총리회담을 취재했을 때 남북이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눈물 흘리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임진택 이사장은 “체제가 다른 나라는 통일이 어렵다. 새로운 가치와 이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은 “2국가론은 위험하다. 중국이 북한을 흡수하려 들면 우리가 개입할 명분이 사라진다. 우리는 70년 싸웠지만 5천년을 함께 살아온 민족”이라고 강조했다.
이해학 목사는 끝으로 “내년 4월 평양 국제마라톤대회에 남측 시민단체가 참가해 통일의 메시지를 전하자”고 제안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이어진 뒤풀이에서는 당시의 열정을 잃지 않은 원로들이 옛 동지들과 포옹하며 웃었다. 71동지회는 앞으로 회원들의 건강과 연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