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호찌민 주석이 평양을 찾아 “먼 길을 왔지만 마음은 매우 가까웠다”고 말했을 때, 그는 두 혁명국가의 ‘동지애’를 믿었다. 그러나 68년이 지난 2025년, 그 믿음은 여전히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10월 10일 평양 주재 베트남 대사관에서 열린 호찌민 주석 동상 제막식은 형식상 ‘형제의 재회’였다. 베트남 공산당 또럼(Tô Lâm) 총비서가 직접 참석했고, 조선로동당 고위 인사도 함께 테이프를 끊었다. 하지만 행사 분위기와 보도 태도는 묘하게 달랐다. 베트남 언론은 이를 “양국 혁명 우의의 상징적 복원”으로 대대적으로 다룬 반면, 북한 매체는 짧은 단신 처리에 그쳤다.
이는 북한의 이중적 계산을 보여준다.
베트남은 이번 국빈방문(10월 9~11일)을 통해 ▲당·정부·국회·지방 간 교류 확대 ▲외무·국방·보건 협력각서 체결 ▲문화·방송 교류 강화 등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정작 북한은 “전통적 우의 강화”라는 추상적 표현만 반복했다.
베트남 측이 ‘국제법과 해양 질서 준수’를 언급한 것도 북한에겐 불편한 메시지였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베트남의 외교 노선이자, 핵 개발·군사 도발로 국제제재를 받는 북한에 대한 간접적 경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북한은 그 부분을 철저히 무시했다.
베트남이 보여준 적극 외교의 배경엔 분명한 계산이 있다.
하노이는 ▲남중국해 문제에서 국제 규범을 강조하고 ▲미·중 사이 균형 외교를 유지하며 ▲사회주의권 연대의 이미지를 복원하려 한다. 반면 평양은 여전히 ‘자력갱생’이라는 낡은 구호에 갇혀 국제 협력의 문을 스스로 닫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베트남은 동맹보단 실익을 택했고, 북한은 여전히 체제 방어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형제의 길’이란 표현은 외교적 수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냉전 이후 베트남은 개혁·개방을 통해 ASEAN 중심국으로 부상했지만, 북한은 고립의 늪에서 여전히 과거를 복기하고 있다. ‘사회주의 형제국’이라 부르기엔, 두 나라의 현실은 이미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결국 베트남의 손짓은 분명했다. 문제는 북한이 그 손을 잡을 의지가 있느냐다. 침묵과 경직된 체제 속에 갇힌 평양은 또 한 번 기회를 흘려보내고 있다. “형제의 길”은 여전히 같은 길 위에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