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초대 대통령실과 내각, 여당 지도부에 ‘86세대’와 ‘97세대’가 동시에 포진하며 세대 연합 당정이 형성되고 있다.
1980년대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86세대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필두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김민석 후보자는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학련 의장을 거쳐 26세 정계 입문했고, 우상호 수석은 1987년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민주화 운동에서 활약했다. 두 사람 모두 한때 정치 무대 뒤편으로 물러났다가 최근 전면에 복귀했다.
여당에서도 86세대 인사들의 약진이 뚜렷하다. 당대표 유력 주자인 정청래 의원과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서영교 의원 역시 86 운동권 출신이다. 윤호중·김태년 의원 등 주요 86 정치인들의 국무위원 발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선 86세대만의 독주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1990년대 학번인 97세대가 주요 보직에 진입하면서 새로운 정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1973년생 강훈식 의원이 대통령 비서실장에 기용돼 ‘97세대’의 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지난 2022년 전당대회 당시 강병원, 박용진, 박주민 의원 등과 함께 주목받은 강훈식 실장은 이제 권력 핵심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박주민 의원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 준비를 하고 있고, 박용진 전 의원도 이번 대선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천준호 의원은 선대위 전략본부장으로 친명 핵심으로 평가받았으며, 전재수 의원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이재명 정부의 인선 기조가 세대를 뛰어넘어 능력과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86·97 세대 간 연합 형태가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은 인선 과정에서 세대교체가 더욱 명확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