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 열차 내부에서 최신형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차량이 포착돼 대북제재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김정은 위원장이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 현장을 재차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때 공개된 사진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전용 열차의 한 칸에서 문을 양옆으로 열고 수재민들을 향해 연설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연설 단상 옆에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위 플래그십 SUV인 마이바흐 GLS 600 4MATIC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추정되는 차량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차량은 한국에서 올해 4월부터 판매가 시작된 모델로, 국내 가격은 2억7900만 원에 달한다.
이번에 포착된 차량은 김정은이 지난 1월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기록영화에서 타고 등장한 마이바흐 GLS 600 모델과는 다른 최신형 차량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수출 금지 대상 품목인 고급 외제차를 지속적으로 들여오고 있다는 의심을 받게 만든다. 벤츠 차량을 포함한 고급 자동차는 유엔 안보리 결의 2094호에 따라 북한에 수출이 금지돼 있다.
김정은의 호화 외제차 사랑은 이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 리무진을 사용했으며, 2020년에는 수해 현장을 방문할 때 렉서스 LX570으로 추정되는 SUV 차량을 타고 나타났다. 또한, 2023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벤츠 차량을 이용해 두 정상이 함께 차량 지붕을 열고 평양 시민들에게 인사를 나눈 바 있다.
벤츠 측은 이에 대해 BBC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북한과 전혀 거래하지 않으며, 북한 시장에 진출해 있지도 않다”며, “제삼자에 의한 차량 판매는 통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은 김정은이 사용하는 마이바흐 S600 리무진 2대가 이탈리아에서 네덜란드,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등을 거쳐 평양으로 밀반입된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