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일 외교는 김정일 시대의 경제적 실리 추구에서 김정은 시대의 전략적 압박과 다차원적 협상으로 크게 전환됐다. 두 지도자의 정책적 차이는 북한의 지정학적 환경 변화와 내부적 목표의 재편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김정일 위원장 시기 북한은 일본을 주로 경제 지원의 창구로 활용하려 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역사적인 방북 당시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를 인정하면서 경제적 협력을 얻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의 핵 개발 문제로 인해 일본과의 협상은 제한적 성과에 머물렀다.
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를 경제적 지원 확보를 넘어 체제의 정당성 확보와 외교적 고립 탈피라는 전략적 목표로 확대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한 상태에서 ‘자위권’ 논리를 강화하며 일본의 안보 불안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2023년 인공위성 발사 시 일본 측에 사전 통보를 하는 실리적 접근을 보이면서도, 일제 과거사 배상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국제사회에서 일본을 압박하는 양면적 전술을 구사했다.
김정일 시대에는 주로 외무성 등 관료 조직을 중심으로 외교 정책이 이루어졌다면, 김정은은 본인이 직접 챙기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비공식 채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는 당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강화된 김정은 체제의 특성이다.
역사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명확하다. 김정일 시대 북한은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사과를 협상 카드 정도로 제한적으로 활용했으나, 김정은은 ‘반일 투쟁사’를 부각하며 역사 문제를 북한 체제의 핵심 서사로 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 지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목표에 일본을 중요한 협상 파트너이자 동시에 압박 대상으로 보는 정책적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일 시대의 실리주의적 접근에서 김정은의 전략적 공세로의 변화는 앞으로도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역학관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