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제2 도시 오슈에서 옛 소련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대형 동상이 철거됐다. 현지 공산당이 강력 반발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오슈시 당국은 지난 7일 중앙광장에 있던 레닌 동상을 별도의 행사 없이 기중기를 이용해 철거했다. 높이 23m로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였던 이 동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땅에 눕혀진 모습이 확산됐다.
오슈시 당국은 성명에서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레닌 동상은 시내 미림 공원으로 이전하고, 빈자리엔 깃대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또한 “러시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으므로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키르기스스탄 공산당은 “역사에 대한 경멸적 행위”라며 검찰에 조사를 요구했다. 공산당은 “법치를 강조하는 관료들이 국가 보호 대상인 기념물을 훼손했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키르기스스탄 등 옛 소련 공화국들은 소련 붕괴 이후 국가 정체성 확립을 위해 소련 시대 동상을 철거하거나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철거는 러시아가 최근 모스크바 지하철역에 스탈린 동상을 제막한 직후 이뤄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도 키르기스스탄 내 군기지를 유지하며 영향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