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참석한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평화와 공동 번영을 강조하며 대북 유화 기조를 재확인했다. 강한 국방 필요성을 병행 언급했지만 메시지의 중심은 긴장 완화와 관계 관리에 맞춰졌다.
27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1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이 대통령은 “서해를 분쟁과 갈등의 경계가 아닌 평화와 번영의 터전으로 전환하겠다”며 “공동 성장과 공동 번영의 새 역사를 쓰겠다”고 밝혔다. 기념사 전반에서 ‘북한’이라는 표현은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이 대통령은 “강력한 국방력으로 국민과 영토를 지키는 동시에 전쟁과 적대의 걱정이 없는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언급했다. 억지력은 유지하되 충돌 가능성을 낮추는 방향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억지력 기반 유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군사적 대비태세는 유지하면서도 긴장을 관리하고 관계 개선 여지를 남기는 접근이라는 분석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날 발언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북한이 최근 최고인민회의 등을 통해 대남 적대 기조를 강화하고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유화 메시지가 오히려 잘못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적대적 두 국가론’ 명문화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측의 호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권별 기조 차이도 다시 부각됐다. 문재인 정부는 일부 기념식 불참과 함께 평화 중심 메시지를 냈고, 윤석열 정부는 매년 참석하며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했다. 이재명 정부는 양자를 절충한 형태로, 군사력 유지와 긴장 완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노선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보훈 정책도 함께 제시했다. 2030년까지 보훈 위탁 의료기관을 전국 2000곳으로 확대하고, 공공부문 임금 산정 시 의무복무 기간을 경력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5월부터는 참전 유공자 배우자에게 생계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결코 외롭게 두지 않겠다”며 “기억하고 기록하며 합당하게 예우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