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하고, 북한을 건드리는 행위에는 “무자비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국제정세를 “예측불가능성의 시대”로 규정하며 핵억제력과 국방력 강화를 중심에 둔 대외·안보 노선을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북한 대내용 매체와 친북 성향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김정은은 23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2일 회의 시정연설에서 “예측불가능성은 오늘의 세상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예측할 수 있는 정세전망”이라며 “모든 것에 준비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의 안전과 지역의 평화를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선택은 최강의 힘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해 군사력 증강 기조를 분명히 했다.
대남 메시지는 한층 직설적이었다. 김정은은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겠다고 밝히고, 배척·무시 기조로 상대하겠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더 이상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 국가관계로 규정해온 기존 노선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관계 복원이나 대화 재개보다 군사적 긴장 관리와 억제 구도를 우선시하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대외정책에서는 미국과 서방을 겨냥한 기존 비판 기조도 이어졌다. 김정은은 미국의 강권이 “자주세력의 반미감정과 단결을 촉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극질서 강화를 거론했다. 또 “국가이익을 중심으로 외교적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겠다”고 밝혀, 전통적 우방과의 관계 유지 속에 실리 중심 외교를 병행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김정은이 국무위원장으로 다시 추대됐고, 2일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새 임기 국정 방향을 제시했다. 북한은 이 자리에서 향후 5개년 계획 수행, 국방력 강화, 지방 발전, 보건·교육 투자 확대 등을 함께 제시한 것으로 보도했다. 다만 전체 메시지의 무게중심은 경제보다는 체제 안전과 대외·대남 강경기조에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리하면 이번 연설은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한 적대 규정을 제도권 회의에서 다시 못박고, 대미·대외 환경 불확실성을 명분으로 핵·군사력 중심의 대응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장면이다. 한반도 정세는 당분간 대화 모멘텀보다 상호 억제와 대치 관리가 더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