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수급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에 대규모 원유를 우선 공급하기로 한 배경에 양국 간 군사협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0일 한국이 받은 이번 조치가 이례적인 수준의 우대라고 보도했다. UAE는 한국에 총 2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공급하기로 했으며, 이는 기존 확보 물량 600만 배럴에 추가로 1800만 배럴을 더 도입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하루 석유 소비량 약 280만 배럴 기준으로 8~9일분에 해당한다.
대통령실도 UAE의 강한 의지를 확인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UAE 측이 “한국은 원유 공급 최우선 국가”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외신은 이번 결정의 핵심 배경으로 군사 협력을 지목했다. 특히 한국이 UAE에 공급한 중거리 지대공 요격체계 ‘천궁-Ⅱ’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천궁-Ⅱ는 최근 중동 지역 군사 충돌에서 실전 운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자폭 드론 등을 동원한 공격을 감행하자 UAE는 다층 방공망을 가동했다. 이 과정에서 천궁-Ⅱ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패트리엇(PAC-3), 이스라엘 애로우, 러시아 판치르-S1 등과 함께 운용됐다.
군 당국과 외신에 따르면 해당 교전에서 전체 요격률은 약 93.5%에 달했으며, 천궁-Ⅱ는 90% 이상의 명중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가 추가 요격미사일의 조기 공급을 요청한 것도 이러한 실전 성과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기술적 경쟁력도 주목된다. 천궁-Ⅱ는 고도 15~20km 구간을 담당하는 하층 방어 체계로, 발사관에서 미사일을 밀어 올린 뒤 공중에서 점화하는 콜드 론치 방식을 적용해 전 방향 대응이 가능하다.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며 목표물에 직접 충돌하는 힛 투 킬 방식을 채택한 점도 특징이다.
비용 대비 효율성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천궁-Ⅱ는 1개 포대 기준 약 3000억~4000억원, 유도탄 1발당 약 15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UAE에는 2022년 체결된 약 35억 달러 규모 계약에 따라 총 10개 포대가 순차적으로 인도되고 있으며, 일부는 알 다프라 공군기지 등에 이미 배치된 상태다.
결국 이번 원유 우선 공급은 단순한 에너지 협력을 넘어, 방산 수출과 안보 협력이 결합된 전략적 관계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