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북한 노동자단체의 연대사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삭제 의결한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방심위의 의결 번복 논란과 직원 징계까지 초래했던 사건이 법원에서 전면 취소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는 지난 16일 민주노총이 방심위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논란의 시작은 민주노총이 2022년 8월 북한의 노동자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이 보낸 연대사를 홈페이지에 게시하면서였다. 당시 연대사는 한미연합훈련과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에 국가정보원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2023년 2월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해당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윤석열 대통령 추천으로 류희림 위원장이 방심위원장에 취임하고 여권 추천 위원이 다수가 되자, 방심위는 이전 결정을 번복하고 2023년 10월 삭제 시정요구를 의결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해당 연대사가 “북한 체제를 일방적으로 찬양하거나 대한민국의 체제와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할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연대사에서 비판한 한미연합훈련이나 한미 동맹 관계는 이미 사회 일각에서도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진 내용”이라며 “정부의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국가 존립을 위협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는 성명을 통해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며 방심위가 이 사건으로 부당하게 징계 처분된 직원들의 명예를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방심위지부는 “징계의 근거가 된 자료가 법원에서 객관적이지 않다고 인정된 만큼 방심위가 항소를 포기하고 직원들에 대한 명예 회복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