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인 전승절(9일)을 맞아 딸 김주애와 함께 주북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을 직접 찾은 것은 최고지도자 취임 이후 처음이며, 딸 김주애가 공식적인 외교행사에 동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대사관 방문 축하연설에서 북러관계를 ‘혈맹’과 ‘형제관계’라고 강조하며 양국 관계가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격상되었음을 역설했다. 그는 “러시아의 전승절이 없었으면 조선의 광복절도 없었다”며 러시아와의 역사적 유대를 강조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한 것에 대해 “한국군의 무모한 군사적 행동을 막기 위한 정당한 주권적 권리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면 한국 역시 ‘미국의 앞잡이’로서 무모한 군사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파병 정당성을 강변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방문에 딸 김주애가 동행한 점에 주목했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뒷배’ 삼아 김주애를 차기 후계자로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김주애를 ‘존경하는 자제분’이라 칭하며 예우했고, 최선희 외무상도 김주애를 “가장 사랑하는 따님”이라고 특별히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연설에서 “북한의 장한 아들들이 러시아를 위해 피 흘렸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러시아가 북한에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은근히 압박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설에서 북러관계의 위상을 표현한 문구만 14회 등장했다”며 “김정은이 러시아에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도록 압박하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을 마치며 “우리의 마음은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있는 푸틴 대통령과 함께 있다”며 북러 친선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