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연, 항소심 승소했지만 ‘대통령 후보 자격’?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가 피의사실공표에 따른 국가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2부는 국가가 김 대표에게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유지하며 피고 대한민국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공권력에 의한 피의사실공표가 불법행위임을 재확인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동시에 김 대표의 정치적 도덕성과 지도자로서의 자질에 대한 비판도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2023년 6월 조선일보가 단독 보도한 기사였다. 보도에 따르면 김 대표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총 건설노조로부터 1천여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입건된 상태였다. 김 대표는 즉각 사실무근이라 반박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수사기관 내부 정보로 보이는 세부 내용이 지속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공방이 이어졌다. 이후 김 대표는 국가를 상대로 3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항소심 모두 위법한 피의사실공표로 인한 명예훼손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정치적 현실은 법원의 판단과는 별개다. 김 대표가 1천만 원 수수 혐의에 대해 “사실무근”이라 해명했고 아직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지만, 해당 사건은 유권자에게 깊은 불신을 심어줬다. 특히 피의사실공표 여부와 무관하게,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된 입건 사실이 공개된 이상, 정치적 신뢰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율립의 함승용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위법한 관행을 단죄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법적 대응과 정치적 책임 사이에서 실질적인 유권자 설득에 실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진보적 가치를 표방하며 대통령 후보로 거론돼왔던 김 대표가 실제 대중적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높다.
김 대표는 판결 직후 “불법적 수사 관행이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며 법·제도 개선을 주장했지만, 정작 국민이 묻고 싶은 것은 수사 유무나 기소 여부보다도 ‘정치인으로서 얼마나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다.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정치적 면죄부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 역시 만만치 않다.
진보당 대통령 후보로서 김 대표가 요구받는 수준은 일반 정치인보다 훨씬 더 높다. 특히 진보를 자임하며 인권과 정의를 내세운 인물이라면, 수사기관의 불법적 정보 유출에 대한 비판 이전에 정치자금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책임지는 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적 승소는 명예회복의 출발점일 수 있지만, 대권 도전의 명분을 쌓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