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에서 주요 정책 대립축은 외교·안보, 경제 및 복지, 그리고 사회문화적 의제의 세 영역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각 축에서의 노선 차이는 전후 일본 정치의 방향성과 정당 전략, 특히 자민당의 유권자 확보 전략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첫째, 외교·안보정책에서는 ‘정치적 현실주의’와 ‘군사적 현실주의’ 간의 대립이 핵심 축이다. 정치적 현실주의는 “안전보장은 기본적으로 미국에 맡기고 국내의 경제와 복지를 중시”하는 입장으로, 전후 자민당 주류가 채택해온 노선이다. 이는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이름을 따 ‘요시다 노선’으로 불리며, 전후 일본 외교안보 정책의 기조가 되었다. 이에 반해 1990년대 이후 대두된 군사적 현실주의는 미일안보체제의 틀 속에서 자위대의 역할 확대와 방위력 강화까지를 주장하며, 일본의 보다 적극적인 군사적 역할을 지향한다.
둘째, 경제 및 복지 영역에서는 ‘경제적 자유주의(신자유주의)’와 ‘일본형 중상주의’ 간의 대립이 나타난다. 경제적 자유주의는 “시장 메커니즘에 따른 자원 배분과 최소한의 정부 개입, 대외 개방”을 강조한다. 반면 일본형 중상주의는 “정부의 산업정책을 통한 시장 개입, 자원 배분의 조정, 국내 산업 보호”를 중시한다. 55년 체제하에서 보수와 혁신의 경제정책 대립은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성장 중심 대 복지 중심이라는 대립 구도를 보였으나, 실제로 자민당 보수 세력의 경제정책은 종종 사회민주주의적 특성을 띠며 일본형 경제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스템은 종신고용, 재정지출을 통한 농촌 지원 등 사회경제적 평등을 추구하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접근이 확산되면서 양 노선 간의 대립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셋째, 사회적 쟁점에서는 우파의 대두로 인한 리버럴 세력과의 갈등이 존재한다. 특히 헌법개정, 국가주의, 전통 가치 회복 등을 둘러싼 논쟁은 일본 정치의 문화적 대립선을 형성한다. 1990년대 이후 우파 세력은 신보수주의 기조 하에 성장했고, 이는 자민당 내에도 영향을 미치며 정계 재편의 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정책 대립은 자민당의 선거 전략과도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자민당은 1990년대 이후 조직 기반인 전통적 보수층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행정개혁과 신자유주의적 제도 개혁을 통해 무당파 유권자층을 흡수하고자 했다. 동시에 국가주의적 메시지와 전통적 사회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우파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는 전략도 병행했다.
결국 일본 정치는 단순한 좌우 대립을 넘어, 보수 내 다양한 정책 지향 간의 복합적인 경쟁 구도로 전개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자민당이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 지형은 일본의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주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