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밀어붙이는 ‘트럼프 라운드’가 세계 경제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WTO 다자체제를 부정하고 미국 중심의 양자 협상과 고율 관세를 앞세워 글로벌 무역 규범을 다시 쓰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는 죽었다”라며 새로운 무역 질서를 선언했고, 미 무역대표부는 이를 ‘트럼프 라운드’라 명명했다.
트럼프 라운드의 핵심은 △공정 무역 기준 재정립 △고율 관세 △양자 협정 강화 △공급망 미국 회귀 △통화·환율 무기화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전략산업을 본토로 끌어들이려는 전략 속에서, 미국은 인텔 지분 인수를 공식화하는 등 ‘국가 자본주의’적 압박까지 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경제의 블록화를 심화시키며, 미중 전략 경쟁과 동맹 내 갈등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반도체·조선·배터리 등 주력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미국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보조금 대가로 지분 요구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약속된 대규모 투자와 관세 협상 결과가 국내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외교 다변화와 공급망 분산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첨단산업 투자와 인재 육성, 민관 협력 강화, 중견국 외교 확대가 핵심 대응책으로 꼽힌다. 특히 유럽·동남아·브릭스 플러스·글로벌 사우스와의 네트워크 강화가 요구된다.
다가오는 9~10월 미국발 물가·고용 이중 충격 가능성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균형 감각과 선제적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