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총련)가 4월 14일 발표한 공식 서한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재일동포의 자애로운 어버이’로 칭송하며, 교육지원금 2억8702만 엔을 수령한 사실을 공개했다. 총련은 이번 지원금이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과 총련 결성 70주년을 맞는 해에 전달돼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총련 중앙상임위원회는 서한에서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재일동포 자녀들을 위해 보내주신 귀중한 자금에 크나큰 감격과 기쁨을 안았다”며, “이번 지원금으로 총 171차례, 누적 약 499억 엔에 달하는 교육원조비와 장학금이 지급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치는 북한이 외화 사정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도 재일교포 사회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총련은 특히 김정은이 신년 초 재일조선학생소년예술단을 본국으로 초청해 극진한 환대를 베풀었다며, “북받쳐 오르는 격정을 금할 수 없다”고 표현했다. 이는 김정은의 후대중시 사상과 동포애를 극대화해 정치적 충성심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총련의 발표는 일본 사회와는 명백히 괴리된 ‘그들만의 세계’를 보여준다. 일본에 거주하며 사회적으로 마이너리티인 총련계 동포들이 여전히 북한 체제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일관계가 여전히 긴장 상태에 있는 가운데, 북한이 일본 내 친북 조직에 막대한 외화를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일본 정부와 국민의 시선에서도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총련은 올해 김일성 생일 113주년, 조국해방 80주년을 맞아 민족교육사업 강화, 조직 내 사상교육, 학생 수 증대 등의 과제를 내걸고 있다. 또한 김정은의 ‘강령적 서한’을 전면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그를 ‘총련의 운명이자 승리의 기치’로 칭했다.
이번 서한은 단순한 감성적 언어를 넘어서, 일본 사회 속에서 독립된 친북 커뮤니티로 기능하는 총련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동시에 북한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바탕으로 교육, 조직, 세대 교체 등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려는 의지를 드러내며, 일본 내 공공성과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