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지난해 북한 국적자에게 발급한 비자가 1만 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유학생 비자 형식이지만, 이는 사실상 유엔 제재를 회피한 노동자 유입으로 해석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러시아 외교부의 영사 자료를 인용해 2024년 한 해 동안 북한에 발급된 비자가 총 9,240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도 20건과 비교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비자 유형을 살펴보면 교육 목적이 8,617건으로 전체의 93%에 달한다. 이 외에도 인도적 목적 307건, 비즈니스 179건, 업무용 68건, 경유 60건, 관광 6건, 개인 방문 3건 등이었다. 노동 비자는 공식적으로 단 한 건도 발급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전체 비자 발급 건수는 75만 건을 넘었으며, 북한은 비자 발급 상위 국가 중 하나로 집계됐다. 북한은 미국(7,321건), 프랑스(7,174건), 한국(2,007건)보다 더 많은 비자를 발급받았다.
비자 발급 수와 입국자 수 사이의 불일치도 지적되고 있다. 러시아 측은 2023년 북한인 입국자가 1만3천여 명이라고 발표했지만, 같은 해 발급된 비자는 20건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모순은 비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방식의 입국이나 신분 위장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수천 건의 유학생 비자가 실제로는 단순노동이나 건설업 등 현장 작업을 위한 위장 신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로 2023년 러시아 측은 건설 현장에서 중상을 입은 북한 노동자 2명을 학생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2015~2017년 러시아가 북한에 발급한 비자의 95%는 명백히 노동 목적이었다. 그러나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노동자 고용을 금지하는 제재 결의를 채택한 이후, 노동 비자 발급은 사라졌고 유학생 비자가 그 자리를 대신한 양상이다.
이번 자료는 러시아가 유엔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북한 노동자를 교육·유학 등의 명목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