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현지 행정당국의 철거 명령에도 불구하고 오는 9월 28일까지 존치된다.
16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베를린행정법원은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가 제기한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이같이 결정했다.
법원은 “소녀상 설치가 일본 외교정책에 영향을 끼친다는 미테구청의 주장은 구체적인 피해를 입증하지 않는 한 예술의 자유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항의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와 예술적 가치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베를린 미테구는 지난해 10월 소녀상 철거를 명령했고, 이에 대해 코리아협의회는 “구청이 임시 예술작품에 대해 통상 2년간 허가를 부여해왔으며, 베를린 소녀상 역시 이후 추가로 2년간 구청 재량으로 용인한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사실상 허가 연장과 다름없는 용인이 이뤄진 상태에서 즉시 철거를 명령한 것은 일관성이 없고 정당성도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코리아협의회는 또, 위안부박물관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및 지역 주민의 존치 요구를 행정당국이 무시했다며 헌법상 예술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9월 이후에도 철거가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며 “코리아협의회는 항구적인 설치를 요구하고 있어 이번 법원의 결정에 대해 상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베를린 소녀상은 2020년 9월 처음 설치됐으며, 일본 정부는 설치 당시부터 외교 채널을 통해 강한 철거 압박을 가해왔다. 이번 판결은 표현의 자유와 역사적 기억의 가치를 둘러싼 국제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