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 논의가 본격화되던 와중,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 도심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34명이 숨졌다. 미국 중재 하의 평화협상 기대가 급속히 식는 분위기다.
13일(현지 시각)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오전 10시 15분쯤 우크라이나 수미(Sumy) 시 중심부에 이스칸데르 계열 탄도미사일 2기를 발사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 34명이 사망하고 117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어린이 2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부활절을 앞둔 일요일 예배와 외출로 인파가 몰린 가운데 도심을 노린 이번 공격은 명백한 민간인 대상 테러로 평가되고 있다.
현장에는 시신을 덮은 검은 비닐과 구조작업에 나선 소방대원들이 뒤엉켜 처참한 광경을 이루고 있다. 수미 시 당국은 교육기관 4곳을 포함해 카페, 상점, 주택 등 최소 20개 건물이 피해를 입었으며, 차량 10여대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여아도 부상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며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존재는 오직 비열하고 더러운 악당뿐”이라고 격분했다. 이어 “러시아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전범 집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공격 직후 미국과 유럽 각국은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키스 켈로그 미국 백악관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이런 표적 공격은 군사윤리에도 명백히 반하는 비열한 도발”이라며 “평화 논의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이 참사는 미국이 전쟁 종식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밝혔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미 평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제 푸틴이 조건 없는 즉각 휴전을 수용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역시 “수미 공습은 러시아의 전쟁 지속 의지가 얼마나 노골적인지를 보여준다”며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휴전을 강제할 필요성을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번 공격은 러시아가 말하는 ‘평화 의지’가 얼마나 공허한지를 드러낸 사건”이라며 규탄했다.
이번 미사일 공격은 미국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직후 이뤄졌다. 당시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이번 회담에서 돌파구를 기대하지 말라”고 선을 그으며 휴전 진전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평화 협상을 앞세우면서도 동시에 민간인 대상 폭격을 감행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휴전 중재가 사실상 파탄에 이른 것 아니냐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