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당국이 북한 노동자들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공개한 동영상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북한 전문매체 NK 뉴스는 14일(현지시간),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해당 영상은 블라디보스토크 시가 러시아 부동산 개발사 사몰료트의 건설 현장을 방문해 촬영한 것으로, 이달 초 시 공식 계정을 통해 게시됐다. 영상 속 시 공무원은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에 대해 “한국인들이며, 개를 죽이지 않고 경비견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해당 지역에서 개 실종 및 학대 신고가 잇따르자 이를 해명하기 위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북한 특유의 억양과 단어를 사용하는 노동자들이 대화하는 장면이 그대로 포착돼, 이들이 실질적으로는 북한 국적자임을 드러냈다. 러시아 건설 현장에서 한국 국적 노동자가 일하는 경우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북한이 외화 획득을 목적으로 자국민을 파견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모든 회원국에 2019년 말까지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송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북한의 해외 노동을 통한 외화 획득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의 행위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조사와 영상 공개는 개고기 식용 관련 의혹에서 비롯됐다.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서 개들이 사라지거나 학대당했다는 시민 신고가 접수됐고, 이에 시 당국은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북한에서는 개고기가 ‘단고기’로 불리며 전통음식으로 간주되지만, 한국은 2027년부터 개고기 유통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한편, 북한은 노동자 송출을 통해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러시아 건설사 고위 관계자 8명이 김일성 생일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꽃바구니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하바롭스크, 우수리스크, 부랴티야, 타타르스탄 등 러시아 전역에 본사를 두고 있어 북한의 노동자 네트워크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시사한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엔의 대북 노동자 금지 조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북한 노동자 활용을 지지한 바 있다. 또 시베리아 일부 지역에선 약 2000명의 북한 인력이 도착할 예정이라는 지방 당국자의 언급도 나온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라 러시아 내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북한 노동자가 이를 메우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에 유학생 신분을 위장한 대규모 건설 인력을 파견했으며, 도네츠크 및 루한스크 등 우크라이나 내 친러 분리주의 지역에도 노동자 파견을 검토한 전례가 있다.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사태는 그 실체를 다시 한 번 드러낸 사례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