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 전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장생탄광 수몰사고로 희생된 183명(이 중 136명은 조선인)의 유해를 발굴하고 고국으로 봉환하기 위한 세 번째 잠수조사가 4월 1일부터 4일간 진행됐다. 이번 조사는 ‘장생탄광의 수비상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 주관으로 이루어졌으며, 한일 양국 다이버가 함께 참여한 첫 합동조사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조사에는 한국인 다이버 김수은·김경수, 일본인 탐험가 이사지 요시타카가 참여해 2일간 탄광 입구부터 수심 330m 부근까지의 접근로를 탐색했다. 사고 당시의 배선용 절연체나 석탄 등이 발견됐지만 유해는 수습되지 못했다.
공동대표 이노우에 요코는 “유해 수습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사람 손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며 “기술적·재정적으로도 정부가 나서야 해결될 문제다. 이번 조사를 통해 반드시 정부가 움직이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유족 대표 양현 씨는 “이 조사는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의 유해 수습과 봉환에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반드시 일본 정부의 책임으로 유해가 수습돼야 한다”며 “나는 30년 이상 이곳을 찾았지만 희생자들은 80년 넘게 이곳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한국 국회 부의장, 한일의원연맹 회장, 주히로시마 총영사 등도 조사를 응원하며 헌화를 보냈으나, 일본 정부는 현장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채 국회에서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말만 되풀이해 유족과 조사단의 실망을 샀다.
조사에는 전국에서 온 종교인들도 참여했다. 홋카이도의 덴다이라 젠히코 주지는 “이 유해 수습은 전후 일본 사회가 식민지 지배의 역사와 맞서지 않기 위해 반복해야 할 시민의 책무”라며 “정부나 기업, 시민 모두가 이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모노세키의 이즈미 테츠로 주지는 “일본 정부가 해외 유해 수습엔 나서면서, 국내 희생자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유해 수습이 어려운 일이 아니며, 할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 피야(배기통) 내부 깊은 곳에 철관 등 장애물이 쌓여 있음이 확인됐고, 6월 18~19일 추가 잠수조사가 예고됐다. 조사단은 하루 100만 엔에 달하는 크레인선 대여비 등 막대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도 추진 중이다.
오는 4월 22일 오후 1시 30분에는 도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부와의 공식 의견 교환회 ‘장생탄광 유해 수습, 일본 정부는 움직여라’가 열린다. 조사단은 “후생노동성이 매년 1000만 엔 넘는 예산을 책정하고도 거의 집행하지 않는다”며 정부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유족, 조력자, 시민 등은 “유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며 “하루하루의 조사가 결국 국가를 움직이는 힘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