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자금난으로 서울 광화문 북한인권박물관의 운영 중단 위기에 몰렸다. 센터는 임대료 부담으로 인해 직원 급여와 교육 프로그램을 줄였고, 탈북자 심리 상담실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NKDB는 유엔 기금 사업도 수행한 국내 대표 북한인권단체로, 2023년 박물관 개관 이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지만 최근 미국의 외교 기조 변화로 직격탄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20일 서명한 행정명령 14169호는 해외 원조 중단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 국무부 산하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과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을 통한 자금이 끊기면서 북한 인권 관련 단체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손광주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한 달 전부터 DRL과 NED의 자금이 끊겼다”며 “장기화되면 북한 인권 운동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통일부는 북한인권 단체 지원 예산을 지난해 대비 60% 이상 증액했지만, 인건비와 임대료를 충당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단체 관계자는 “공모사업을 따내더라도 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의 독립성을 고려할 때 정부 직접 지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세종연구소 피터 위드 연구위원은 “현 상황이 지속되면 수년 내 북한 인권 NGO 대부분이 사라질 수 있다”며 “북한 내부 정보 유입, 라디오 방송 등 주요 활동이 유지되도록 안정적 운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소리(VOA)에도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미디어국(USAGM)의 기능 축소를 지시하며 이들 방송사도 신규 프로그램 중단, 직원 해고 등으로 휘청이고 있다. VOA는 한반도 격변기의 주요 소식을 전한 언론사로, RFA는 북한·중국·베트남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기여해 왔다.
VOA 국장 스티븐 허먼은 “김정은은 VOA 폐쇄를 기뻐할 것”이라며 “북한 주민에게 자유의 실체를 알려주던 통로가 끊기는 것은 국제사회의 손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국정연설에서 탈북자 지성호 씨를 언급하며 북한 인권을 강조한 바 있으나, 이번 조치는 당시의 기조와는 상반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숙명여대 남성욱 석좌교수는 “미국 외교는 이제 ‘적국’ 개념보다 ‘돈’이 우선이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