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간의 관계는 시대적 상황과 지도자 교체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에 걸쳐 총련은 북한의 대외정책과 재일 조선인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최근 들어 북한과 총련 간의 정책 변화는 국제 정세와 일본 내 한반도 관련 여론 변화 속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김일성 시대: 총련의 설립과 귀국 사업 주도
김일성 시대는 총련 정책의 초석이 마련된 시기로, 1955년 설립된 총련은 북한 체제의 외곽 기지로 기능했다. 당시 북한은 재일 조선인을 체제의 일원으로 포섭하고자 “조국 귀국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1959년부터 약 10만 명의 재일 조선인이 북한으로 귀환하면서 총련은 북한의 정책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김일성은 총련을 통해 일본 사회에 북한의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 했다.
김정일 시대: 외교적 활용과 조직 약화
김정일 시대는 북한 내부의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던 시기로, 총련 역시 큰 위기를 맞이했다. 경제적 지원이 줄어들면서 총련의 조직 기반이 약화됐으며, 일본 내 재일 조선인 사회는 북한 중심의 이념에서 점차 멀어졌다. 이 시기 북한은 총련을 일본과의 외교적 채널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시도했다. 특히, 일본 내 납치 문제와 관련한 협상에서 총련의 역할이 부각되었다. 그러나 총련의 영향력은 급속히 줄어들었고, 일본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더해져 활동이 제한되었다.
김정은 시대: 실용적 접근과 최근 정책 변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총련을 통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실용적인 노력을 보였다. 특히 2014년 북한-일본 간 납치 문제 재조사 협정 당시 총련은 외교적 창구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 내 총련의 영향력은 재일 조선인 사회의 세대 교체와 북한의 지속적인 국제 고립으로 인해 더욱 축소되고 있다.
최근 동향
- 국제 제재와 총련의 역할 변화
2017년 유엔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일본 내 총련의 활동은 경제적 제약을 크게 받았다. 북한은 총련을 통해 일본 내 재일 조선인의 송금을 독려했지만, 국제 금융 규제와 일본 정부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 김정은 체제의 총련 활용 전략
북한은 총련을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 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민간 교류 활동에서 총련은 북한의 대리인 역할을 맡았다. 2024년 초 북한이 일본 내 비공식 채널을 통해 대화 의지를 전달했다는 보도는 이를 뒷받침한다. - 재일 조선인 사회의 변화
일본 내 재일 조선인 사회는 세대 교체와 함께 과거 총련 중심의 이념적 정체성에서 점차 이탈하고 있다. 이는 일본 사회에 동화된 젊은 세대가 많아진 데 기인하며, 북한의 이념적 영향을 강화하기 위한 총련의 노력이 점차 힘을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망: 총련의 생존과 역할 재정립의 과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총련을 기존의 이념적, 정치적 수단이 아닌 실질적 교류와 협력의 플랫폼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분석한다. 일본 내 재일 조선인 사회의 변화와 북한의 경제적 고립이 총련 정책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총련 정책은 김일성 시대의 이상주의적 기조에서 김정일 시대의 외교적 활용, 그리고 김정은 시대의 실용주의로 변화해왔다. 앞으로 총련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특히 일본과 북한 간의 관계 변화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