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을 ‘2민족·2국가’로 규정하며 동족 개념을 폐기한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통일철학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이 요구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더 이상 하나의 민족으로 보지 않겠다는 기조를 밝힌 데 이어, 지난 7월 28일 김여정 부부장이 발표한 담화를 통해 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통일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전제한 흡수통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의 입장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을 넘어 전략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더 이상 ‘화해와 협력’을 논의할 상대가 남한 정부에 없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이재명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통일관에 대한 명확한 태도 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국제정치학회(IPSA) 서울 총회에서 언급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발언을 기존 통일 기조의 연장선으로 간주하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공존 모델’을 공식화할 경우에는 정상회담, 북미관계 정상화 등 긍정적 후속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은 남북관계 재설정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하고 있어, 이에 충돌되는 입장을 취할 경우 정치적·법적 논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재명 정부가 실용적 접근을 통해 ‘평화적 공존’이라는 새로운 남북관계 모델을 제안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보수 진영과 헌법 준수 우선론자들은 기존 통일 기조를 흔드는 시도 자체가 헌정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할 태세다.
국제사회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의 공조 강화를 지속할 것인지, 중재자 역할로 전략을 전환할 것인지에 따라 한반도 정세 전체에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전문가들은 “북한의 메시지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체제와 체제를 마주한 정면 승부를 예고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통일철학에 대해 분명한 공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남북관계의 재개 여부를 결정짓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