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을 ‘파시스트 독재’로 강도 높게 비난해온 북한이 이번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는 이유로는 미국과 한국의 정세 변화에 따른 ‘전략적 계산’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매체의 이례적 침묵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어떠한 보도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북한이 탄핵안 가결 4시간 만에 대남 선전 매체를 통해 신속히 보도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을 때도 약 8일간 침묵을 유지하다가 비난 논평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광적인 행위”라며 강하게 비난했고, 노동신문은 윤석열 정부를 “파시스트 독재 정권”으로 규정했다.
‘전략적 침묵’의 배경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북한의 태도를 “전략적 침묵”으로 해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백한 반감을 가진 북한이 남한의 정치적 혼란에 대해 관망하며, 내년에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의 주요 이유로 ‘반국가’ 및 ‘친북’ 세력을 언급한 점도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자제하는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미 정책과 남한 대선에 따른 계산
북한의 침묵은 미국과 남한에 대한 정책 재검토와도 연결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복귀할 예정인 상황에서, 북한은 트럼프와의 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다. 특히 북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북 경제 제재 해제에 관심을 보일 유일한 미국 대통령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질 남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민주당 출신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화 기조를 경험한 북한은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경우 새로운 남한 정부와의 관계 설정을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의 협력 및 남북 긴장 완화 고려
또한, 북한은 최근 러시아로 특수부대를 대규모 파견한 상황에서 남북 간 긴장 고조를 피하고자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디플로맷은 “북한은 한국의 정세를 주시하며,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직접 협상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침묵은 단순한 무반응이 아니라 복잡한 정세 변화 속에서 계산된 전략적 대응으로 보인다. 향후 북한의 행보가 남북 관계와 국제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