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활동 금지 아닌 투명한 절차’를 강조하는 것이 기본 취지
올해 들어 미국 법무부와 검찰 등 사법 당국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을 잇따라 기소하고 있다. 처벌 수위도 높은 데다 적용 범위도 넓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학자, 중국 반체제 운동가, 전직 상원의원까지 줄줄이 FARA 위반
뉴욕주지사 캐시 호컬의 전직 보좌관인 린다 쑨(40)과 남편 크리스 후(41)가 지난 3일 FARA 위반, 비자 사기, 돈세탁 등 혐의로 연방검찰에 체포·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쑨은 중국 측의 요청을 받고 대만 정부 관리들과 호컬 주지사 등 미국 정계 인사들의 만남을 여러 차례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뉴욕의 고위 정치인의 중국 방문을 주선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달 21일 뉴욕 검찰은 중국에서 귀화한 반체제활동가 탕위안쥔(67)을 FARA 위반과 연방수사국(FBI) 수사에서 거짓말을 한 혐의로 체포해 뉴욕연방법원에 기소했다. 그는 민주주의 옹호 시민단체를 운영하면서 중국 국가안전부(MSS)에 반체제 인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고, FBI에 거짓말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 최악의 경우 그는 최고 20년의 징역형도 선고받을 수 있다.
한편, 지난달 6일에는 중국 반체제 인사에 대한 정보를 중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왕슈쥔(76)이 배심원단에 의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는 뉴욕 브루클린 연방검찰이 그의 FARA 위반 및 수사기관에 거짓말한 혐의로 2022년 5월 기소한 것에 따른 것이다.
북한 전문가이자 전직 중앙정보국(CIA) 분석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한국학 선임연구원도 지난달 16일 FARA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FARA, 정부·회사·개인 모두에 광범위하게 적용
FARA는 나치 독일의 미국 내 선전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1938년에 제정됐다. ‘외국대리인등록법’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외국의 이익을 위한 로비나 기타 활동을 금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절차에 따라 미 법무부에 등록하고 투명하게 활동하라는 취지다.
‘대리인’으로 등록한 사람이 이익을 대변하는 주체는 외국 정부뿐만 아니라 조직이나 개인도 포함된다. 대상국은 적성국뿐만 아니라 동맹국도 가리지 않는다. ‘대리인’의 범위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개인이나 단체, 기업 등을 포괄하며, 외국 정부 등과의 관계, 활동 내역, 경비나 보상 등을 미 법무부에 등록해야 한다.
신고해야 하는 활동의 내용도 미국의 정책이나 외국 정부, 정당의 이익에 관하여 미 연방정부나 미국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노력을 포함한다. 전통적인 로비행위부터 기업의 대중 캠페인, 투자나 관광객 유치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예를 들어, 미국 국적의 재미교포가 한국 정당인의 요청으로 미국 정치인과의 만남을 주선한다거나, 미국 국적 언론인이 한국 지자체의 부탁으로 한국 관광을 홍보해주는 경우도 FARA가 적용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은 민주당 소속인 밥 메넨데스 전 상원 외교위원장을 FARA 규정에 따라 등록하지 않고 이집트 정부를 위해 일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