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끝난 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한반도 곳곳에 매설된 지뢰는 여전히 군인과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전쟁 유산으로 남아 있다. 특히 비무장지대(DMZ)와 민간인통제선 일대는 세계에서 가장 지뢰 밀집도가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전쟁 당시 남북한 군과 유엔군은 적의 진격을 막기 위해 광범위하게 대인지뢰와 대전차지뢰를 매설했다. 이후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면서 추가 매설도 이어져 현재까지도 상당수의 지뢰가 제거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남북을 합쳐 약 200만 발 이상의 지뢰가 DMZ와 접경지역에 남아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뢰는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인 인명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군 장병은 물론 접경지역 주민과 농업 종사자, 산림 작업자 등이 지뢰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집중호우나 산사태로 지뢰가 원래 위치에서 이동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최근 우리 군은 강원 철원 백마고지 일대에서 한국전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발굴에 앞서 가장 먼저 이뤄지는 작업은 지뢰 제거다. 군은 안전 통로를 확보한 뒤에야 본격적인 유해 발굴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북한 역시 DMZ 일대에서 지뢰를 추가 설치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 내부에서도 지뢰 폭발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한 사례가 확인되면서 지뢰가 남북 모두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국제사회는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하는 오타와 협약을 운영하고 있지만, 남북한은 군사적 특수성을 이유로 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 지뢰 문제는 군사 안보와 인도주의가 맞물린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지뢰 제거가 단순한 군사 작업을 넘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 확보와 전사자 유해 발굴, 생태 보전, 남북 교류 확대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전쟁은 오래전에 멈췄지만, 땅속에 묻힌 지뢰는 지금도 한반도에 ‘끝나지 않은 전쟁’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