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평양의 모습을 북한 전체의 현실로 일반화하는 것이다. 평양의 고층 아파트와 현대식 거리, 각종 문화시설과 상점은 북한 정권이 체제 선전과 권력 유지의 상징으로 집중 투자한 공간이다. 이는 북한 주민 전체의 삶을 보여주는 대표적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북한은 거주 이전의 자유가 사실상 제한된 사회다. 평양 거주는 출신성분과 정치적 신뢰도, 직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허용되는 특권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 시민조차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방으로 강제 이주되는 사례가 있었으며, 북한 당국은 여러 차례 평양 인구를 조정하는 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연구자료와 탈북민 증언에서 확인된다.
실제로 평양은 배급과 의료, 교육, 생활환경 등에서 지방보다 우선적인 지원을 받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반면 지방 주민들은 식량과 생필품, 의료서비스 등 기본적인 생활 여건에서도 상당한 격차를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평양 내부에서도 계층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경제 확산과 함께 권력층, 돈주, 일반 주민 간 경제적 차이가 커지고 있으며, 교육과 주거, 취업에서도 특권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즉, 평양 역시 모든 주민이 풍요로운 공간이 아니라 일부 계층에게 혜택이 집중된 도시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일부 재외동포 사회에서는 평양의 일부 발전된 모습만을 근거로 북한 전체가 크게 발전한 것처럼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제한적으로 공개되는 평양의 모습만으로 북한 사회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평양의 화려한 외형뿐 아니라 지방 주민들의 생활 수준, 경제 구조, 인권과 이동의 자유, 정보 접근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함께 살펴야 한다. 특정 도시의 모습만으로 국가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객관적인 접근이라고 보기 어렵다.
재외동포 사회 역시 북한 문제를 바라볼 때 감정이나 이념보다 사실과 자료를 바탕으로 균형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평양은 북한의 일부일 뿐이며, 선택받은 평양 시민의 삶이 곧 2천만 명이 넘는 북한 주민 전체의 현실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체제가 보여주려는 모습이 아니라 북한 주민 다수의 실제 삶을 함께 응시하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