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 ‘화성포-11라’에 집속탄과 파편 지뢰 등 다양한 탄두를 탑재한 시험발사를 공개하며 비대칭 전력 강화 행보를 노골화했다. 단순 타격을 넘어 광범위 지역을 동시에 무력화하는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한·미를 겨냥한 위협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미사일총국이 전날 “개량된 지상 대 지상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라’형의 전투부 위력 평가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같은 날 북한이 함경북도 신포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 발이 약 140㎞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낙하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화성포-11라’는 군 당국이 사거리 300㎞ 이하로 분류하는 CRBM 계열로, 기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보다 전방 전술 운용에 초점을 맞춘 무기다. 전문가들은 해당 미사일을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의 축소형으로 보고 있다.
핵심은 탄두 구성이다. 북한은 시험 목적을 “산포 전투부와 파편 지뢰 전투부의 특성과 위력 확증”이라고 밝혔다. 산포 전투부는 이른바 집속탄으로, 하나의 탄두 안에 다수의 자탄을 담아 폭발 시 넓은 지역에 동시에 살상 효과를 가하는 무기다. 파편 지뢰 전투부는 공중에서 지뢰를 살포하는 방식으로, 단시간 내 광범위 지역의 기동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북한은 이번 시험에서 5기의 미사일이 약 12.5~13헥타르 면적을 고밀도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축구장 16~18개 규모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앞서 이달 초에도 유사 계열 미사일로 축구장 10개 규모 지역을 초토화했다고 밝힌 바 있어, 불과 2주 사이 성능 과시를 반복한 셈이다.
군사적 의미는 명확하다. 이동식발사대(TEL) 250대를 전방에 배치할 경우, 이론적으로 최대 1000발 동시 발사가 가능하다. 여기에 집속탄이나 지뢰형 탄두가 결합되면 특정 지역을 단시간에 마비시키는 ‘면적 제압’ 능력이 극대화된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군사시설이 직접적인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실질적 위협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입증된 비대칭 전력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러시아에 KN-23 계열 미사일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탄두 옵션을 개발해 ‘수출형 무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험 현장에서 “고정밀 타격과 함께 특정 표적 지역에 대한 고밀도 진압 능력 증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점 역시 이러한 전략 방향을 뒷받침한다. 실제 전장에서의 운용성을 염두에 둔 무기 체계 고도화라는 해석이다.
파편 지뢰 탄두의 경우 인도적 논란도 불가피하다. 공중에서 살포되는 산포 지뢰는 민간 지역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크고, 일정 시간 이후 자동 폭발하거나 잔존 위험을 남길 수 있어 국제 규범 위반 소지가 제기된다.
결국 북한은 단순한 미사일 사거리 경쟁을 넘어, 다양한 탄두 조합을 통한 ‘다층적 타격 능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한반도 유사시 초기 단계에서 광범위 지역을 무력화하려는 전술과 맞물려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