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일본 도쿄 참의원 회관에서 조선학교를 둘러싼 차별 문제를 제기하는 국제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분출됐다.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국제네트워크’는 이날 일본 정부를 향해 아동기본법의 조선학교 적용을 요구하는 서명 4만5980명, 869개 단체의 뜻을 전달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서명에는 일본을 비롯해 한국, 미국, 독일 등 다양한 국가 시민들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왜 조선학교 학생들만 보호받아야 할 아동에서 제외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조선학교는 1945년 해방 직후 일본에 남은 조선인들이 자녀들에게 언어와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그러나 1948년 일본 정부의 폐쇄령 이후 갈등이 본격화됐고, 재일조선인 사회는 ‘4·24 교육투쟁’을 통해 교육권을 지키려 했다. 이후 조선학교는 일본 정규 교육체계 밖 ‘각종학교’로 분류되며 제도적 제약을 받아왔다.
차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0년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제외된 데 이어 2011년 동일본대지진 복구 지원에서도 배제됐다. 이후 일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축소, 유아교육·보육 무상화 정책 제외 등 정책적 배제는 반복됐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2024년 시행된 아동기본법에서도 실질적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참가자들은 이를 “구조적으로 반복된 차별”로 규정했다.
부산에서 참석한 하상윤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상임대표는 “정책 문제가 아니라 아동기본법의 원칙 자체를 부정하는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준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사무국장은 “조선학교 학생들이 여전히 차별 속에서 교육받고 있다”며 “평범하게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언제 올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기시 마키코 의원은 “일본 사회에 배외주의가 만연해 있다”며 “조선학교 차별을 없애기 위해 무상화 확대 등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참가자들도 발언에 나섰다. 미국에서 온 김미라 씨는 “언어를 잃으면 정체성도 약해진다”며 교육권 보장을 호소했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유재현 대표는 “식민지 지배의 책임을 외면한 채 그 부담을 아이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일본 문부과학성과 아동기본청 관계자는 “조선학교는 법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이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제기된 의견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역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등은 일본 정부에 조선학교 차별 시정을 10차례 이상 권고한 바 있다.
이번 기자회견은 향후 행동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국제네트워크는 24일부터 교토와 시가 일대에서 국제연대 행사, 거리행동, 학술대회 등을 이어가며 조선학교 문제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다.